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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2 베르테르 후기
200913 15 : 21               LIST

* 고난이 많은 2020년입니다. 극이 올라가는 것도 쉽지 않았지요. 개막도 미뤄지고 예매도 다시 하고
  수도권은 거리두기 2.5단계를 유지중이고 어딘가에선 여전히 100명 단위의 확진자가 매일같이 나오고 있고요.
  각자의 고난을 뚫고 마침내 도착한 BBCH 홀. 편의상 치킨홀이라고 하죠 뭐(BHC와는 스펠 순서도 다르다는 것이 함정)


* 베르테르가 처음 등장했을 때
  포스터 찍는 영상 같은 걸로 보긴 했었지만 스타일이 바뀌었더라고요.
  차분하게 가라앉은 머리의 베르테르. 다른 사람들이 베르테르 이제 애기 아니고 어른 됐다면서 엉엉 울 때
  그게 무슨 말일까 알 듯 하면서도 자못 궁금했었는데 이렇게 제 눈으로 보게 되어서 넘 감격...ㅠ_ㅠ

  넘버는 뭐... 딱히 말 얹을 필요가 없죠ㅠㅠ
  제가 베르테르 예전에 처음 볼 때부터 너무 좋아했습니다.
  다만 다른 뮤지컬에 비해서 베르테르가 특별하다고 해도 좋을? 만한 지점이 있다면
  노래의 음역들이 초고음보다는 중저음역대에 분포해 있어서 듣기에 편안한 느낌이고
  장조-단조를 오가며 이루는 화음이나 변주곡들이 정말 매력적이라는 것이랄까요.
  누군가는 노래가 높지도 않은데 뭘, 이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이것이 결코 쉬운 것은 아닐 테죠. 전조가 잦은 탓에 조금이라도 음정이 미끄러지면 이상하게 들릴 부분들도 있을 텐데
  늘 그렇듯 규베르께서 노래를 넘 칼같이 잘하시니ㅠㅠㅠ
  한 번도 불안한 적 없었고 정말 편안해요. 오히려 그 순간의 파괴력을 기다리게 되더라고요ㅠ


* 예원님 롯데는 뭐랄까 선이 가늘고 우아한 느낌? 되게 마른 체형인 현대 미인 스타일이더라고요.
  목소리는 청량한 쪽. 투명한 하늘색 같은 느낌.
  그래서 그런지 키가 큰데도 불구하고 연하의 느낌이 물씬 났습니다.
  근데 제 혼자 생각에 예전 전미도님이나 이지혜님의 롯데는 분명 연상이었는데 예원 롯데는 연하의 느낌.
  베르테르가 성숙해 보이는 것도 한몫 했겠지만 되게 새로웠어요.


* 비주얼 뿐만이 아니라 뭔가 캐릭터의 느낌도 좀 많이 달라졌더라고요.
  예전엔 뭔가 몸 약한 도련님이 요양차 시골에 내려와 있는 느낌이었거든요.
  기본적으로 착하긴 하지만 조금 예민한 편이고 사회성이 아주 좋지는 않고
  그런데 그걸 한꺼번에 부수고 들어온 사람이 롯데...같은 느낌이었다면

  이번엔 뭐라고 해야 하나...
  도시 생활 중에 무언가로 인해 마음을 다친 적이 있는 사람, 이라는 느낌이었어요.
  그것이 사랑이든 우정이든 어떤 계약이었든지 간에, 사람들 사이에서 상처를 받은 경험이 있어서 도시를 떠난 사람.
  그래서 사실은 사람들을 떠나 한적한 시골만 골라 여행하던 중에 들어선 마을 중 한 곳이 발하임이고,
  아름답고 포근한 풍경과 사람들 속에서 천천히 나아가던 마음에 또다시 구멍을 낸 사람이 롯데.. 라는 느낌이랄까.


* 롯데 초상화가..!! 아주 멋있는 그림으로 바뀌었더라고요.
  초연때는 그거 유머었는지 뭐었는지 되게 엉성한 그림이었어서 관객석을 향해 그림을 보여 줄 때마다
  웃어야 하는건지 뭔지 애매해서 좀 별로였는데 진짜 찐으로 멋진 그림이어서 오오오오 하고 감탄함


* 박은석 알베르트님은 초면. 목소리가 되게 젠틀한 타입이라고 해야 하나.
  키도 엄청 크시고 마른 체형에 얼굴도 어딘가 서정적으로 느껴져서 무서운 알베르트는 아니려나? 했는데...
  네 알베르트는 알베르트였어요. 극의 후반부에서 저는 이 알베르트의 마음 한구석에 있던 서늘한 칼날을 보고야 말았지요 후덜덜


* 뭐 돌부리 씬이니 토끼몰이 씬이니 뭘 어쩌고 해도.
  규현은 늘 그랬듯, 그러나 새롭게 잘 합니다. 사실 이제는 잘한다 어쩐다하는 것도 좀 어색하고
  그런 말이 필요 없게 된 단계일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들어요.

  
* 시간이 흘렀죠. 규현에게도, 저에게도, 그리고 베르테르에게도.
  자켓과 바꾼 술을 병째로 털어 넣고 깊게 숨을 들이쉬는 베르테르를 보는데,
  갑자기 난생 술이라고는 처음 먹어보는 것 같았던 15년도의 베르테르가 생각났어요.
  그 때는 마구잡이로 들이킨 술에 사래가 걸려 무릎을 짚고 엎드려 콜록거렸거든요.
  본체님은 좀처럼 취하는 일이 없을 텐데 이 친구는 술이 약하구만 하면서 비식 웃고 말았는데.
  이제와 생각하니 그 때의 베르테르는 정말 어린 아이였구나, 싶은 생각이 밀려들더라고요.

  그러고 나니까 정말로 시간이 흘렀구나 싶은 거에요. 벌써 5년인가. 그 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죠.
  우리는 모두 각자의 방식으로 성장했고 이전과는 다른 사람이 된 것처럼
  내가 5년 전의 내가 아니듯, 규현도 베르테르도 5년 전의 그 사람일 수는 없는 거겠죠.
  책 속의 베르테르가 영원히 청년일 수 있는 것은 그가 활자로 남았기 때문일 거에요.
  애르테르가 이제 애르테르가 아니게 되었어요! 그렇게 웃는 사람들 틈에서 저도 분명 웃으며 맞장구를 쳤었는데.
  불쑥 왜 눈물이 났는지 모르겠어요. 그냥.. 깊게 숨을 들이쉬며 알코올 향을 느끼던 베르테르에게서 문득 어른의 냄새가 나서. 그래서 그랬나.


* 베르테르 역이 5명이 캐스팅 되어서 일주일에 한 번 정도 돌아오는 것 같아요.
  그러면서 공연 일정도 단축되는 바람이 회차도 어떻게 될지 모르겠고.
  동시에 사회 곳곳에 숨어있는 빌런들(!!!!!) 때문에 공연계의 추후 전망도 밝다고는 할 수 없네요.
  그래도 일단은 볼 수 있는 것 자체에 감사하면서
  최선을 다 해 보려고요.


* 다시 만나서 정말 반가워요.
  베르테르도, 규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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