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B 문서파일 정리를 하다가 '캐치미'라는 제목의 한글파일을 열어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아이쿠 소리를 냈어요. 캐치 미 이프 유 캔 뮤지컬의 후기더라고요. 캐치미.. 제가 참 좋아했습니다. '초연' 버전을요. 전 초연을 좋아했습니다. 그 때의 페어들도 좋아했고요. 여러 번 봤던 것 같아요. 그러면서 천천히 적어갔던 후기인 것 같습니다. 옛날 게시판 뒤적여 봤는데 요곤 올린 적이 없는 것 같아서.. 오랜만에 추억팔이 좀 해보려 합니다 ㅎㅎ 다들 즐거운 기억 떠올리시면 좋겠어요. 어차피 규현과 함께 한 기억이면 좋지 않을 리는 없겠지만요 :)
어미를 바꾸어 수정할까 했는데, 그냥 두겠습니다. 아주 오래전에 저 혼자 중얼거렸던 말이니까. 독백을 듣는 기분으로 읽어주세요^^
1. Live in Living color
2. The pinstripes are all that they see
3. Someone else's skin
4. Jet set
5. Don't break the rules
6. Butter outta cream
7. The man inside the clues
8. Christmas is my favorite time of year
9. Doctor's orders
10. Don't be a stranger
11. Little boy, be a man
12. Seven wonders
13. (OUR) Family tree
14. Fly, Fly away
15. GOODBYE
16. Stuck together(Strange buttrue)
***
1. 캐치 미 이프 유 캔은 삼총사와는 비교되지 않을 만큼 난이도가 높은 뮤지컬이다.
삼총사 때는 네 명의 총사에게 균등한 분량이 분배되어 있었다. 그리고 극을 자세히 보면 실질적인 주인공은 아토스였다고 해도 좋았을 법 했으니까. 하지만 이번 뮤지컬은 프랭크에 의한, 프랭크를 위한, 프랭크의 뮤지컬이다. 그는 상황을 설명하고, 그 안으로 섞여 들어간다. 춤추고, 노래하고, 장면이 바뀌면 옷을 바꿔입고 다시 나와서 다음 상황을 설명하는, 그런 식이다. 등장하지 않는 순간도 극히 짧고, 가장 많이 보이지 않는 장면이 2부 중반의 해너티와 아버지의 술집 씬 정도.
그리고 규현은 생각보다 훨씬, 더 잘 해낸다.
맨 처음에 그가 관객석을 향해 말할 때 오잉? 싶었다. 관객은 당연하지만, 반응하지 않는다. 그 찰나의 침묵을 스스로 민망해하거나 부끄럽게 여긴다면 박자가 흐트러지고, 그 불안정함은 고스란히 관객에게 전달되어 극의 전체적인 완성도가 떨어진다. 극의 가장 도입부 부분인데 굉장히 어려운 과제. 그런데 어라? 하는 순간 부드럽게 넘어가서 굉장히 놀랐던 기억.
그리고 맨 처음 나오는 노래 넘버인 Live in Living color를 보고 있자면 이 친구가 거쳐 온 댄스가수로서의 훈련이 결코 헛되지 않았음을 실감케 된다. 평소에 추던 춤보다 난이도는 훨씬 낮고(!!) 격한 움직임도 훨씬 적은 동작들이 줄줄이. 다만 꽤 긴 노래를 혼자 이끌어 나가야 한다는 게 벅차게 느껴질 법도 하지만, 뭐 그런 걱정은 쓸데 없는 것이더라. 한참동안 춤추면서 앙상블과 노래하고 그 곡을 끝낸 후 곧바로 대사로 들어가는데 차오른 숨을 몰아쉬는 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아서 감탄했다.
이거 설마, 이거 정말 칼라 티비에요!?!?? 라고 대시 완전 웃기다. 무려 13인치, 정말 생생해요! 라니. 요샌 손에 들고 다니는 게 13인치다(...)
그런 면에서 꽤나 웃긴 부분인데 왜 아무도 안웃을까(...) 나만 웃기나.
2. 아버지와 어머니.
대사전달력이라든가 프랭크 어머니 / 브렌다 어머니 의 갭은 서*영님이 더 확실한 것 같다. 보컬도 내 취향이고. 남편의 허풍과 무능력에 질려버린 그 느낌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근데 느낌이 굉장히 젊다. 엄마 보다는 약간은 이모 같은 느낌. 전*경님은 노래 부르실 때 약간의 비음이 섞이는 듯 하고, 뭐랄까, 목쉰 소리 같은 게 나서 듣기에 불편할 때도 있다. 남편과는 마치 아직 사랑하지만 헤어지는 것 같은 느낌, 이 있어서 묘하다. ‘엄마’로서의 느낌은 조금 더 잘 사는 것 같다.
아버지에 대해 이야기를 시작하면 많이 길어지는데
이*열님의 아버지와 이*정님의 아버지가 많이 다르다.
이*열님의 아버지는 정말 다정하다. 그래서 안타깝다. 이러한 느낌은 라스베가스 레스토랑에서의 씬, 그리고 후에 나오는 해너티와의 씬으로 연결되는데 해너티에게 나는 그 아이를 정말 사랑했어, 라고 외칠 때의 느낌이란 ‘가난하고 무능력한 아버지가 사랑 밖에는 줄 것이 없었다’는 느낌이 풍겨 오기도 한다. 물론 이 이야기가 창작이라면 그런 아버지의 모습도 좋지만 내 생각으로는 이 뮤지컬에서, 이 ‘실화’에서의 아버지의 캐릭터에서는 조금 빗겨간 느낌.
실제 영화의 아버지와 흡사한 것은 이*정 님. 그래서 극 전체의 개연성은 이*정님에게 더 있다. 왜냐하면 프랭크의 아버지는 실제로 결코 좋은 아버지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가 프랭크에게 끼친 영향을 생각하면 더더욱. 그는 아들을 사랑했을지언정 ‘옳지 않은’ 방법으로 사랑한 아버지였다. 맨 처음 ‘양키스의 줄무늬 유니폼’을 노래 부를 때부터 이 경향은 두드러지는데 이*열님은 꽤나 순진한 남자처럼 느껴지고 이*정님은 정말로 허풍쟁이처럼 보였다. 그러니 레스토랑에서 아들에게 벌컥 화를 낼 때도 이 사람이 지금 허풍이 바닥날까봐 두렵다는 것이 분명히 느껴지고 그런 아버지를 이해하지 못하면서도 뒷모습이 안타깝다 말하는 프랭크가 더욱 안쓰럽고. 나중에 해너티와 말할 때도 ‘틀린 아버지’를 더 정확히 보여준다.
이*열님의 아버지는 이*열님이 '프랭크의 아버지'를 사랑하고 받아들이려 노력한 흔적이 보이고 이*정님의 아버지는 이*정님이 스스로 그 아버지가 되었다는 느낌이 강하다. 굉장히 미묘한 차이인데, 이것이 극 전체의 개연성에 미치는 영향이 적다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이러저러한 이유로 사실 목소리 취향은 이*열-서*영 님이지만 극의 흐름이나 각자의 캐릭터 표현에 의한다면 이*열-전*경, 이*정-서*영 이 페어로서는 어울리는 것 같다.
3. 다시 프랭크로 돌아와서
사립 학교에서 공립 학교로 전학간 프랭크는 교생 선생 행세를 하다가 교장에게 혼이 난다. 아버지와 함께 부르는 The pinstripes are all that they see. 아버지와의 듀엣인데 두 아버지들 모두 목소리 컬러가 좋으셔서 규현과 잘 어울린다. 이*열님은 질감이라고 해야 하나, 그런 텍스쳐가 느껴지는 목소리고 이*정님은 매끄러운 부피감이 느껴지는 목소리다.
그 다음이 내가 좋아하는 엄마의 바람을 목도하고 제 방으로 올라와 혼자 노래 부르는 씬인데..처음 봤을 때부터 여기에 반했다.
내 주위엔 거짓말, 사방 벽으로 둘러싸인 이 답답함
이라고 시작하는 도입부가 너무 슬프고 안타까워서. 이 때 규현이가 가진 감성적 보컬의 면모가 강하게 발휘된다고 생각한다. 프랭크가 느꼈던 당혹감과 스트레스를 관객에게 그대로 이입시킨다. 핀 조명을 받으면서 폭풍속에 작은 새, 작은 날개, 펼치고 날아 올라- 라고 노래 부르는 장면에서는 발성 폭이 커지면서 공연장 전체가 공명하듯 울리는데 매우 멋지다.
여기서 그대로 연결되는 법정 씬이 개인적으로는 매우 인상적이다. 야구잠바를 입다가 판사의 말이 시작되면 멈칫, 하면서 천천히 팔을 꿴다. 판사의 말에 온 신경이 곤두서는 순간. 두렵고 혼란스러운 프랭스크의 심리가 잘 드러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이후부터 시작되는 팬암 파일럿이 되는 과정까지는 프랭크의 변신 퍼레이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야구잠바를 걸친 소년이 분홍 자켓을 걸친 청년으로, 뿔테 안경을 쓴 학생, 그리고 궁극의(!!) 파일럿 복장까지.
뿔테 안경을 쓰고 나왔을 때는 이 친구 특유의 애교와 장난기가 유감없이 발휘되는데, 깔깔거리는 목소리에다가 무릎이마 탁탁 치는 모션도 너무 웃기고, 너무 잘생기셨다고 말하는 프랭크 말에 학생 천재구만!!!(ㅋㅋㅋ)이라고 껌벅 넘어가는 관계자도 대폭소임. 그래 놓고는 사원증만 번쩍!! 하고 찍어가는 녀석. 꼭 훌륭한 파일럿 되게나, 라는 조언에 네- 라고 예쁘게 대답해 놓고는
“훌륭한 파일럿, 지금 당장 될-그-다- 깍깍깍”
하고 지나가는데 이 때가 진심 최고 웃기다. 장난꾸러기 표정이 아주 그냥.ㅋㅋㅋ 그래놓고 재단사와 등장할 때는 제법 어른스러운 사회 초년생 분위기가 나서 흥미롭다. 그리고 앙상블의 Jet set중반부 정도에 계단 중간무대에서 등장하는 프랭크! 세상에 파일럿복 입은 규현이라니 젠장!!!!!!!!!ㅋㅋㅋ
이후의 세븐틴 과거 모델과의 씬은 불편한 웃음과 경악의 연속이지만(...) 이 씬이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인지 아리송하다. 다만 이제 와서 드는 생각은, 처음에는 싸인도 해달라고 하고 밤을 사라구요? 라면서 뭔가 어리버리한 느낌이었다면 나중에는 파일럿의 지위를 프랭크가 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는 뜻일까? 그는 1400만 달러짜리 가짜 수표를 건네주고 400달러를 공으로 벌었다. 처음에는 그럴 의도가 아니었지만 어쨌거나 자신의 매력을 이용하면 돈을 버는 일은 사실 매우 쉽다는 사실을 그가 깨닫게 되는 순간일지도. 하지만 원작에 관한 이해와 함께 꽤나 깊게 들어가야 생각할 수 있는 구석이라 친절한 장면이라고 보기엔 어려운 것 같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장면의 중의 하나인 배리 엘런 님 등장(대폭소)
사실 이 때의 대사가 좀 어려워서 규현이의 팬 입장으로서는 좀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보게 되는 장면. 미연방특수비밀중앙정보국(맞는지 모름)에다가 워싱턴디씨의달라스모텔(맞는지 모름) 같은 대사가 잔뜩. 그리고 속사포처럼 쏘아져 나오는 대사가 숨가쁘다고 느껴질 때도 있다. 하지만 대사가 마무리 될 즈음의 “그런데 이 총 좀 내 얼굴에서 치워 주겠나-”라고 하는 부분은 너무 좋다. 프랭크가 내내 딱딱하고 사무적인 어른 말투로 흉내내듯 말하는 것도 꽤나 마음에 들고, 해너티가 지갑 열어보려고 손 댈 때마다 총도 줄까?, 이봐 자네는- 이름이 뭔가?, 해너티 형사- 신분증 좀 볼 수 있을까? 라면서 계속 초조해하면서 말 거는 것도 좋다. 마지막에 겨우겨우 빠져 나가는 듯 하더니
이봐 해너티 형사, 자네 마음에 들어.
라고 말하는 부분의 어투는 완전 마음에 쏙 든다(하트) 내내 긴장한 표정이더니 나중에 문 밖으로 사라지기 직전에 ‘내가 이겼다’라는 표정이 나오는 것도 좋다.
프랭크에게 당한 뒤의 해너티 반응도 웃긴데, 처음엔 좋은 사람이라고 발그레 웃다가 ‘완전히 당했다’고 허탈하게 말하는 게 진심 안타까움.
레스토랑에서 아버지를 만나는 씬도 말할 것들이 너무 많다. 아버지를 기다리는 프랭크의 표정이 얼마나 설레고 두근두근 하는지- 아버지를 기다리면서 꼼지락꼼지락거리는 손가락은 또 어떤가. 직후에 닥쳐올 저 아이 심중의 아비규환을 생각하면 정말이지 너무 속상하다. 아버지 가게에 갔는데, 휴업을- 이라면서 말끝을 흐리는 프랭크의 얼굴에서는 아버지를 향한 걱정이 한가득 묻어나온다.
그러니까 프랭크는 돈을 많이 벌면 모든 것이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했던 거다. 크리스마스 이브에 우리 집이 압류된 것도, 부모님이 헤어진 것도 모두 돈이 없기 때문이었으니까 내가 돈을 벌어 오면 모든 것이 원상태로 돌아올 것이라고. 그래서 아버지에게 돈뭉치를 건네면서 말한다. 가게 열고, 빚 갚고, 엄마에게 다시 시작하자고 하자고.
하지만 어른들의 세계는 그렇게 녹록한 것이 아니었고 아버지와 어머니는 다시 합칠 수 없다. 돈 뿐만이 아니라 무수한 세월동안 쌓여 온 많은 것들이 그들 사이에 놓여 있다. 아버지의 무능력과 허풍, 거짓말, 이를 이기지 못한 어머니의 외도, 이혼 등이 그것이다. 깨져버린 사람 사이의 관계는 돈으로 해결될 수 없는 것이다.
아버지는 소리친다. 내가 네 도움이 필요한 것처럼 보이니?! 그 순간 아버지가 소리 지르는 모습을 처음 본 프랭크의 상처받은 얼굴이- 얼마나 속상한지. 가만히 굳은 채 눈만 깜박깜박 하는데 내가 아버지라도 그런 얼굴 앞에 있으면 가슴 깊이 죄책감 느낄 것 같다. 그리고 그 직후에 프랭크의 표정 변화가 아주 인상적인데
아버지가 ‘크림통에 빠진 쥐 이야기’를 변명처럼 늘어놓기 시작할 때, 프랭크의 표정은 체념 같기도 하고 슬픔 같기도 하다. 빤히 보이는 수법으로 화제를 돌리는 아버지를 그대로 따라가 주는 것이다. 그래서 아버지의 이야기를 받아 그대로 노래로 시작하는 프랭크의 동작은 힘차거나 많이 귀여운 것이 아니라, 슬렁슬렁, 그래요, 속아 줄게요, 이거 맞죠? 작은 한숨이 섞인 듯한 목소리. 보고 있으면 프랭크 정말... 착한 아들..ㅠㅠ 근데 아버지가 그런 아들을 뿌듯하게 쳐다보고 있는 걸 보면 으이구 이 화상아 아들한테 빨리 미안하다고 절이라도 해라 라고 소리치고 싶다. 마지막에 헤어지기 전에도 예전처럼 함박웃음 지으면서 한가득 힘껏 끌어안는 것이 아니라 정말 ‘헤어지는 듯’ 안타깝게 끌어안는데, 이 때 프랭크는 깨달은 것이 아닐까. 자신의 가족은 다시 합쳐지기 어렵다는 것을. 장면 해석을 아주 잘 한 것 같아서 규현이에게 칭찬 가득 해주고 싶은 부분들.
그래서 “아버지의 뒷모습을 본 적 있나요?”라는 대사는 극 전체로 보면 좀 겉도는 감이 없지 않지만 프랭크를 생각하면- 정말 슬픈 대사인 거다. 인간적인 오류와 허점으로 가득 찬 아버지임에도 뒷모습을 보면서 그래도 저 못난 뒷모습을 미워하지 못하는 프랭크라니.
그리고 마침내 1막의 마지막인 공중전화 씬이 나오는데
이 장면의 모든 씬이 마치 보석같다. 1부 전체는 마치 이 장면을 위해 존재하는 것 같달까.
잘 지냈어요? 라고 묻는 프랭크의 얼굴은 소년의 그것.
형사님은 가족이 있으세요? 아니, 없어. 라는 해너티의 대답에 “저도요.”라고 대답하는 프랭크. 잠깐의 침묵 뒤에 오는 저 ‘저도요’ 라는 대답.
이 때의 프랭크는 진심 안타깝다.
이미 사라져버린 가족. 금슬 좋고, 동네의 자랑거리였던 화목한 가정은 없다. 아버지에게 갔던 날 프랭크는 이미 많은 것들이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것이 아닐까. 그 1초 남짓의 침묵 속에 복잡한 프랭크의 속내가 엿보이는 것 같아서 마음이 아프다. 저도요, 라고 말할 때의 템포, 어조, 표정. 그 순간만큼은 모든 것이 완벽하다.
그리고 관객석 사이를 뒤어가는 프랭크의 표정이 너무 쓸쓸해 보여서 깜짝 놀랐고 조명을 등지고 해너티를 향해 손을 들어 보일 때의 얼굴도 좋다.
확실히 김*래님의 해너티가 영화와 흡사하다. 치밀하고 신속하고 프로다운 형사의 모습이면서도 프랭크에게 부성애적 감정을 느끼는 것도 훨씬 섬세하게 보여준다. 이미 삼총사 때부터 규현과 함께 해오고 있으니 아무래도 연기 합도 더 좋다고나 할까. 이*명님은 훨씬 더 느낌이 젊어서 마치 친한 형님 정도로 느껴진다. 그리고 ‘허당’스러운 FBI랄까. 하지만 실제로 칼 해너티는 허당이 결코 아니었고 FBI도 그렇게 멍청하지 않았다.
4. 2부는 브렌다의 등장.
브렌다는 최우리님이 가장 좋은 듯. 노래도 파워 있고 프랭크와의 연기가 주고받는다는 느낌이 확실히 들고, 자존감이 떨어지는 브렌다 캐릭터도 좋고. 마냥 귀엽기만 한 캐릭터는 사실 아닌 게 맞으니까. 브렌다와 함께 부르는 Seven wonders는 달달하다면 달달한데. 프랭크의 복합적인 면모가 잘 보이는 노래라고 생각한다. 브렌다의 ‘평범함’이 좋다고 하는 프랭크. 당신을 사랑한다고 말하는 프랭크. 당신이 대단하게 생각하는 나도 사실 알고 보면 별 것 아니라고 말하는 그. 하지만 여전히 그는 ‘도망치는 것’처럼 보인다. ‘안식처를 찾고 싶어’서 조급해 하는 것 같기도 하다. 이 때의 묘한 느낌은 ‘Goodbye'로 연결되면서 클라이막스를 불러 일으킨다.
가족 파티 씬.
이 때의 씬은 내내 유쾌하고 행복한데,
다정한 어머니, 자상한 아버지, 뭐가 더 필요한가요- 라고 노래 부르는 프랭크의 얼굴이 너무 행복해 보여서 안타깝다. 노래가 끝나자마자 닥쳐올 반전만큼이나.
프랭크! 가기 전에, 당신의 진짜 이름을 말해줘요.
프랭크, 윌리엄, 애버그네일, 주니어.
이 때의 연기 합을 좋아한다.
5. 다시 최초의 장면으로 돌아와서
쇼를 시작하려 하지만 오케스트라석은 비어 있고 프랭크 걸들도 온데간데 없다. 당황한 그는 아버지에게 전화 한통화만 하게 해달라고 애원하지만 해너티 형사는 일주일 전 아버지가 길에서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전하고. 순간 분노한 프랭크가 해너티의 멱살을 잡는데
“아버지가 뭐, 아버지가 뭐어!!!”
라고 소리치는 목소리에서는 ‘평정을 잃는’ 것이 너무 확연히 느껴진다. 그리고 천천히 무너져 내리는 그 속도가 아주 좋다. 표정은 본 적이 없으니 말을 못하지만 이 때 주어지는 침묵은 조금이라도 짧거나 길다면 관객이 느끼는 감정이 흩어지거나 늘어질 수 있다. 아주 미묘한 차이인데 이 ‘간격’을 주는 것에 대해서는 규현이가 삼총사 때부터 너무 잘 하고 있어서 칭찬 한가득.
그리고 꿇어앉은 채 두려운 듯 손바닥으로 바닥을 더듬는 건 정말 대단하다. 프랭크의 감정이 고스란히 전해져 오는 순간이다. 애타게 아버지를 찾던 프랭크가 중얼거린다.
전 이제 음악도 없어요. 음악이 없으면, 음악이 없으...!
라고 말하는 순간 스쳐가는 표정. 백점.
그리고 마침내 등장하는
Goodbye.
공중전화씬을 위해 1부가 존재한다면, 2부는 이 Goodbye를 위해 존재하는 듯.
아니 어쩌면, 이 극 전체가 이 한 곡을 위해 준비된 것 같다. 이 노래가 시작되면 가슴이 터질 듯 뛰기 시작한다.
이것은 해피엔딩, 쇼는 끝이 났지만 더는 미련없어-
라고 시작하는 규현의 비장한 목소리도, 눈빛도 너무 좋다.
나를 비추던 조명들 이젠 꺼도 괜찮아, 의상도 필요없어, 화려한 무대도 필요없어, 화장도 지워야지, 대본은 던져버려, 나와 함께 했던 배우들, 나를 위해 연주한 오케스트라, 여기 계신 관객 모두들까지 모두 다 굿바이. 거짓된 나, 나를 가리고 있던 수많은 가짜의 나. 이제는 안녕. 너로 인해 행복했지만 이제는 굿바이. 덕분에 즐거웠어, 행복했어, 하지만 굿바이. 굿바이. 굿바이.
거의 저런 내용인데, 프랭크 표정이.
정말, 뭐랄까, 말로 표현할 수 없이 감동적이다. 아 이건 진짜-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런 얼굴.
이 친구의 거짓된, 고단한, 지친 삶.
그만둔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프랭크는 안다.
자신의 죄를 인정했으니 재판을 받고 감옥에 가는 것, 그것 외엔 없지 않겠는가.
하지만 이제 이 모든 것을 내려놓을 준비가 된 결연한 얼굴.
피터팬의 삶에서 어른의 세계로 넘어오는 프랭크다.
끝없이 도망치고, 속이고, 거짓말하던 그는 마침내 ‘책임’ 앞에 선다.
그의 말처럼 더는 ‘도망치지 않는다’.
책임과 의무의 세계로 들어온다.
그 대가가 한편으로는 두렵지만, 비로소 홀가분하다.
그제서야 날아갈 수 있는 프랭크.
끊임없이 날아가고 싶다고 노래하고 있었지만 그는 ‘거짓된 나’ 안에 갇혀 날지 못하고 있었다.
땅 위에서 도망치기에 바빴던 그는 자신이 새라는 것을 깨닫지도 못했는지도 모른다.
마지막 순간, 벼랑 끝에 선 지금에야 비상하기 시작하는 그의 목소리는 눈부실 정도다.
무대 후방의 조명이 꺼지고 무대 장식등이 사라지고 3단으로 장식되었던 전구가 꺼지고 모든 것이 암전되면서 그 커다란 암흑 속에 프랭크가 - 규현이 - 홀로 서서 노래를 부르는 모습이 하얗게 떠오를 때는 소름이 돋는다. 그 한가운데서 마치 소리처럼 존재하는, 소리를 뿜어내는 것처럼 느껴지는 규현이. 홀 전체를 쩌렁쩌렁 울리는 그의 노래. 이 때,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난다.
해너티와의 마지막 씬.
이 때의 프랭크 표정도 꽤나 재미있고 좋은데, 해너티의 제안에 반신반의 하면서도 결국엔
당신이 곁에 있어 줘서 고맙고 다행이라는 눈빛이라니.
...어린애 주제에, 애어른 같은 눈빛이다.
결국엔 어쨌거나 해피엔딩으로 끝난다.
실화 또한 칼과 프랭크는 좋은 친구로 지낸다- 라고 끝났고
뮤지컬 또한 그렇고.
규현이는 이제 티켓 파워를 가진 아이가 되어버린 것 같다.
예뻐서 잘하는 게 아니라 ‘그냥’ 잘하는 게 되어 버렸다.
모든 스토리는 해피엔딩. 하지만 내 통장은 새드엔딩...흑흑. 규현아 막공때 만나ㅠㅠ
******
후기 에필로그.
1.
배리 앨런이라는 이름으로 잔뜩 해너티를 능욕한 프랭크.
문 밖으로 사라지기 전에 마지막으로 말한다.
"이봐 해너티 형사, 자네 마음에 들어."
2부의 술집 씬. 잔뜩 술에 취한 프랭크 시니어가 술집 문을 나서기 전에 돌아본다.
그리고는 해너티를 향해 말한다.
"이봐 자네, 마음에 들어."
부전자전인가.
2.
폭풍속에 작은 새, 작은 날개 활짝 펼치고 날아 올라-
멀리 날아- 저 먼 곳에서, 또 다른 나로 살 수 있다면-
하던 노래의 '멜로디'가 프랭크가 브렌다의 집에서 도망칠 때 bgm으로 흘러나온다.
그리고 이어 브렌다가 노래한다.
더 힘껏 멀리 날아, 자유를 찾아.
그 다음 이어지는 씬에서 비상(飛上), Good - Bye.
3.
아버지 어머니 회상씬의 젊은 남녀 무희.
나중에 아버지 어머니의 바 듀엣이 나올 때 똑같은 그들만이 남아 춤을 추고
초반에 퇴장했던 것과 '같은 동작'으로 퇴장한다.
4.
프랭크의 옷.
소년 프랭크는 야구잠바, 성인 프랭크는 정장 자켓.
공중전화 씬의 프랭크는 야구 잠바를 걸치고 있고
굿바이를 부르고 난 후 프랭크에게 던져지는 옷은 정장 자켓.
그가 미성년자이고 어린애라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옷은 정장자켓.
성장(成長)이란, 비단 나이에 기대는 것 만은 아닌 것이다.
5.
가족의 해체 - 돈 벌어서 다시 합체해야지 - 그러나 결국엔 가족의 상실 - 목표의 상실 - 재충전 - 가족의 (재)탄생
프랭크의 심리에 개연성이 있다는 것이 더 슬픔.
6.
대사들이 영화랑 거의 같아서 깜짝 놀람.
기억하기 힘들 정도로 많은 부분이 거의 같았다.
7.
소년과 어른의 경계에 있는 프랭크이기 때문에 조규현에게 더욱 잘 맞는 옷이었을지도 모른다.
8.
내가 니 도움이 필요한 것 처럼 보이니?!
허풍이 드러나는 것은 두렵다.
자신을 포장하고 있던 '좋은 표지'가 사라지고 나면 작고 초라한 자신만 남으니까.
10.
세상의 모든 아버지란 존재들은 원래 그러한가.
11.
Good-Bye.
여러분, 제 마지막 노래입니다.
이렇게 말한 직후 프랭크는 잠시 고개를 숙이고 눈을 감는다.
마치 기도하는 것처럼 느껴저서 뭉클.
그리고 고개를 들어 노래한다. 이것은 해피엔딩-
웃고 있는 그 애의 얼굴이 더욱 가슴아프다.
모든 것을 각오한 채 웃고 있는 그 얼굴이.
개인적인 느낌이지만 조규현이 부른 곡들 중에서는 가히 탑 쓰리 안에 들어가겠다.
이걸 들으러 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테지.
************
이번 앙코르 콘서트에서 규현의 패러디 극장에 굿바이가 등장했을 때, 저는 저도 모르게 비명 비스무리한 소리를 냈더랬습니다. 제가 정말로. 정말로 정말로 정말로 좋아했거든요. 굿바이를 부르던 프랭크를.
오랜만에 요론 것도 괜찮겠지요? ㅎㅎㅎ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