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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927 베르테르 후기 - 당신의 사랑은 해바라기
200928 03 : 34               LIST

일요일 낮 공연.
좀 생소하더라고요, 저는.
평소 직장 생활 때문에 평일 낮공연은 전혀 보질 못하는 데다 그 동안도 저녁 공연이 많았어서 그런가.
여하간 한낮에 더운 햇살 아래를 걸어서 공연장에 가고 있자니 발하임의 5월이 이럴까, 싶은 생각이 들더군요
파랗고 청명한 하늘, 드문드문 오가는 사람들.
오늘은 먼 데서 오는 친구를 만나기로 했어서 반가운 사람을 만나러 간다는 사실 마저도 왠지 낭만적으로 느껴지는 오후였어요.
게다가 일주일만에 만나는 베르테르...ㅠㅠㅠㅠㅠㅠㅠ 반가운 분 많아서 신나는 일요일 오후ㅠㅠㅠㅠㅠㅠㅠㅠ


* 규현씨..........너무 아름답고 예쁘고 여하간.........엉엉엉(

* 롯데의 구연동화에 참견쟁이들이 나서고 구박먹고 하는 거 보면서 베르테르가 저도 모르게 비식비식 웃는데
  발하임의 한때, 일상적인 발하임. 같은 느낌이랄까.
  되게 평범하고 아름다운 햇살의 풍경화를 보는 느낌이었습니다.
  베르테르가 이 곳에 정착할 수 있었다면 맑은 날엔 돗자리랑 찻잔이랑 파운드케이크 싸들고 나와서 한낮의 피크닉을 즐겼을 텐데.

  구연동화를 시작하기 전, 명랑하게 인사하며 목각인형을 건네는 롯데와
  그것을 얼결에 받아들고 이걸 왜 저에게..? 하는 표정 되는 베르테르의 모먼트를 좋아합니다.
  이 때 규현님의 눈이 더 커지면서 동글동글한 눈동자가 더 잘 보이거든요, 예에........(..????)

  가끔, 롯데는 사랑을 많이 받으면서 자란 것 같다는 생각을 해요. 오늘의 예원 롯데님은 특히 더 그렇더라고요.
  명랑하고 쾌활한, 마을 유지의 고명딸 같은 느낌이 물씬.
  특히, 사람을 향한 경계심이 없다고 해야 하나.
  처음 보는 낯선 사람이었을 텐데 목각인형도 건네고 비 온다고 우산도 씌워주고
  같은 시 알고 있다고 '님처럼 통하는 사람은 처음이에요!' 같은 말이나 해대고 말이죠.

  이전에 썼듯 이번 베르테르는 어딘가에서 상처를 받아본 적이 있고 사랑을 경험해 본 적도 있는 사람인데(저만의 캐해석..ㅋㅋㅋ)
  이런 롯데의 사심 없는 친절함이 그 친구의 가슴 어딘가에 불을 당겼다고 생각하면
  롯데는 역시 <유죄>인 것입니다..........

  특히 오늘 우산씬 너무 예쁘더라고요. 뒤에서 우산 기울여주던 롯데도,
  그림 위로 비가 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음..? 하는 표정이 되어 고개를 들던 베르테르도.
  롯데가 보고 감탄한 베르테르의 그림은 어떤 장면이었을까, 문득 궁금했어요.

  태산처럼 솟아난 커다란 섬, 그 곳을 향해 불가항력적으로 이끌려 들어가는, 그리고 산산이 부서지는 뜨거운 쇠붙이와, 두려운 배.
  베르테르는 이것이 저항할 수 없는 자연이 위대함을 노래한 클롭슈톡의 시와 비슷하다고 말했지만
  ...사실, 이 배의 운명이 여기 나오는 누구랑 비슷하다고.......왜 말을 모태...........(...

* 저는 오늘 2층중블 우측에서 봤는데 오츠카 없이 보던 뮤지컬 어케 봤는지 기억이 나지 않아 오츠카 이즈 브랜뉴 아이즈

* 전 베르테르라고 합니다, 라고 한 다음에 롯데의 이름을 듣고 '롯데.' 라고 되뇌이는 거 너무 좋았어요. 그냥 오늘 너무 좋았어요.(벌써요..?

* 롯데의 초상화를 들고 찾아간 집에서 롯데가 "앗, 이거 이전의 그 그림안가요?" 라고 물었을 때
  베르테르가 작게 "아니오." 라고 대답했어요. 이전에는 그냥 얼버무렸던 것 같은데..
  근데 그 '아니오'에서, 이미 자신의 마음을 사랑이라 확신하는 베르테르가 느껴져서 너무 좋았어요.
  자신의 감정을 의심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확신하고 인정하는 것은 사실 쉽지 않은 일이라 생각하거든요.
  이토록 강하게 확신했기 때문에, 이것을 롯데에게 말할 수 없음을 인정해야 하는 것이 더욱 힘들었을 것이리라...그런 생각을 해봅니다ㅠ

* "...지금 그쪽만 웃고 있는데여..-0-^" 이거 뉘앙스 오늘 아주 좋았어요. 실제로 1층에서 찐 웃음소리들이 터져나와서 기분 좋았어요.
  그리고 거기서 예원롯데님이 드로잉의 천재시네요 라면서 갑자기 애드립을 시전..ㅋㅋㅋ

* 여하간 롯데가 호메로스 가지러 들어간 뒤 혼자 남겨진 베르테르가 벽장에서 총을 꺼내잖아요?
  근데 캐시가 막 지나가다 보고는 "어머!?!? 어머어머!??!" 하면서 막 기겁을 하고 총을 뺏어드는데
  이 때 베르테르갘ㅋㅋㅋ 깜놀해가지곸ㅋㅋㅋㅋㅋ 자기도 모르게 어머어머어머;;; 이러면서 막 따라함요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이 때 베르테르 진짜 표정잌ㅋㅋㅋㅋ 감정동기화가 넘 실감나욬ㅋㅋㅋㅋㅋㅋㅋ
  총을 쐈지 머에요!?!? 할 때는 엄마야 어떠케ㅠㅠ 막 이런 표정 되고
  민첩해서 무사했다고 할 때는 하하 거참다행임니당!^0^* 하는 표정 되고 말이죠
  그리고 직후에 롯데가 호메로스 들고 오니까 그럼 우리의 대화는 여기까지~^^* 같은 얼굴로 캐시랑 인사하고 말이죠
  .......와랄라라라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규베르 납치해버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폭주)

* 우리는 친구 끝나고 손바닥 짝 한 다음에 넘 헤헤헤ㅔ 웃는 거 넘 좋아하고..ㅠㅠㅠ
  그리고 발하임에 대해 이야기하는 롯데만 바라보는 베르테르 모먼트 넘 좋아해요.
  베르테르 눈에 예쁜거멋있는거귀여운거재밌는거 전부 롯데임ㅠㅠ
  들꽃을 꺾으러 나간다는 롯데 뒤에서 벌써 눈에 하트 장착한 베르테르 넘 귀엽고 슬퍼ㅠㅠㅠㅠㅠㅠ
   - 제가 파란 엉덩이꽃이랑 빨간 보조개꽃을 보여드릴게요!
   - 파란 엉덩이꽃.. 그런 꽃도 있어요?
   - 제가 이름 붙인 거에요. 너무 귀엽죠?!
   - ..네...(당신이요...)<<<<<<<<<<<<요가요가요기여기여기여기여기여기 눈빛 미쳤따고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 상심하지 말아요, 의 매끄러운 시작에 관하여 이전에 다른 배우님께서 라디오에서 말한 적이 있었죠.
  무대 위에서 할 거 다 하고, 진짜 힘든데 그 친구는 씨디 틀어놓은 것처럼 너무 쉽게 불러버린다고.
  앉아 있으면 덜 힘들다고 생각했었는데 무대 위에 오래 나와 있다는 건 그 자체로 힘든 거구나, 그런 생각을 했던 기억이 나네요.
  상심하지 말아요, 라고 첫 입을 떼는 베르테르를 볼 때마다 그 때의 라디오를 생각합니다.
  사랑이라고는 처음 경험해 보는 것 같았던 아기 시절일 때도 노래에 관한 한 장인이었던 베르테르. 변함없이 오늘도...ㅠㅠ

* 롯데에게 고백하기 전의 텐션 너무 좋았어요. 오늘 전체적으로 리듬이 좀 편안했달까.
  배우들끼리 합도 좋았고 배우들 각자가 대사를 쉬고 던지고 하는 간격도 적당히 긴장감 있으면서 편안하더라고요.
  전체적으로 다 좋은 날 아니었나 싶어요ㅠㅠ


* 상현알베님 등장.
  등장하자마자 공중무대를 성큼성큼 걸어 들어오시는데 무대가 작게 흔들리는 게 보일 정도로 힘 있는 발걸음이었어요.
  공중 무대의 처음부터 끝까지 깊숙하게 가로질렀다가 중간으로 이동하시는데, 그냥 그것 뿐이었는데, 그냥 그 순간 너무 압도적인 느낌이었어요.
  웃는 표정, 꼿꼿한 자세, 보폭이 큰 걸음걸이, 모든 것들로부터 이 전체가 자신의 영역이라고 공표하는 권력자의 위엄이 뿜어 나왔어요.
  아무도 못이겨.......잠시 자리를 비웠던, 발하임의 제왕이 돌아왔다 같은 느낌이었달까. 여하간 포스가 진짜 장난이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생각했죠. 아 애초부터 이길 수 있는 싸움이 아니었던 것이었던 것이었떤 것이었던 것이었...따....!!!(갑분우르수스)

* 상현님알베르트는, 확실히 무서운 주인나리였을 것 같아요.
  온앤오프가 확실하달까. 내 편에게는 한없이 너그럽지만 아니라면 결단코 용서하거나 아량을 베풀지 않는..
  베르테르 보자마자 표정 뭐죠..?  아 이새*기가 그놈이구나 하는 표정이었....아니 분명 온화하게 웃는 얼굴이었는뎁쇼(
  말없이 돌아간다고 하니까 불러 세우려는 롯데 얼른 막아서는 거 보라고요ㅠㅠㅠ
  알베르트는 이미 알았떤거야 롯데 편지 속의 베르테르라는 존재가 주는 쎄함을....이래서 눈치 빠른 애들이 싫어<<<<


* 돌부리 대체.....후 이건진짜 어떻게 뉘앙스를 전달해야 할지도 모르겠어ㅠㅠ
  비틀비틀 들어선 오르카의 펍에 걸터앉아서 꽃다발을 멍하니 쳐다보다가
  파란 꽃을 툭 빼들더니 잠깐동안...바라보다가, 아주 잠깐, 코끝에 그 꽃송이를 갖다 대더라고요. <<<<여기서 크아악
  그렇게 향기를 맡고는, 이건-.., 파란 엉덩이꽃. 하고 내팽개쳐버리지.
  빨간 보조개꽃도 던져버리고, '--못난 베르테르!!'도 힘껏 던져버리고.
  그리고는 술병에 남은 술이 없는 걸 확인하고는 에이구, 하면서 일어나서는 술병을 또 집으러 가고.. <<<< 에이구, 여기서 크아악22222(왜...?

* 괜찮아요, 술 주세요 하는데 이미 목소리 끝까지 울음이 차서 찰랑거리는 베르테르.

* 돌부리에 걸렸어요. 그래서요? 넘어졌죠.
  돌부리는, 롯데인가요, 알베르트인가요, 아니면, 사랑인가요.

* 행복에 겨워서 정신 못차리는 카인즈가 등장하고 등 돌리고 울음을 갈무리하고 눈물을 닦아내는 베르테르가 넘 안쓰러운데..
  특히 오늘 카인즈가 술 한잔 하고 싶다고 했을 때 극구 말리는 오르카에게
  "전 괜찮아요." 라고 말하는 이 지점에서 너무 뭐랄까....
  슬픔을 목 아래로 눌러 삼키는 선한 목소리...진짜 들어본 적 없는 환상 속의 소리 같았어요.
  아니 뭐 목소리 좋아요 뭐 이런 거 말고 그냥...진짜....사람이....이렇게 말할 수도 있구나...막 그런 기분이 들 정도로.....

  그리고 카인즈와 건배한 잔을 들고 있다가 상자 속으로 떨어뜨리는 씬은, 사실 어떤 의미인지 잘 모르겠지만 오늘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어쩌면 베르테르는 저도 모르게 카인즈를 질투했는지도 몰라.
  축배라고는 했지만, 사실은, ...아무 말도 못하고 축하한다는 말이나 해대는 자신의 모습이 한심하다고 생각했을지도 몰라.
  상심하지 말고 사랑이 주는 행복에 집중하라고 내가 말했는데, 이렇게 다른 결말이 오다니.
  그런 생각이요.


* 떠나는 베르테르를 맞닥뜨린 알베르트.
  어디가냐 떠나는 거냐 묻지도 않아요.
  <좋은 여행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라고 한 마디만 하는데 뼈가 너무 많이 들어 있어서 아프네요;;;;
  다시는 돌아오지 않기를. 이 곳이 당신에게 그저, 흘러가는 곳이었기를 바라는 알베르트.
  그리고 멀리서 롯데가 소리쳐 부르자 롯데에게 가기 전, 베르테르가 등 돌려 가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알베르트.

* 롯데의 목소리가 들려도 돌아보지 않으려 애쓰다, 결국엔 돌아보고 마는 베르테르.
  돌아보지 않아야 함을 알고 있었지만 차마 끝까지 돌아보지 않을 수 없었던, 신화 속의 가련한 오르페우스처럼.
  그렇게 슬픈 얼굴로 바라보다가도 롯데가 행복하면 당신의 입가에도 미소가 물리나요.
  

* 발길맆 전주가 나오면 그게 글케 막 마음이 아려요. 이전에 공개되었던 동영상도 많이 생각나고..
  그 영상 속에서 규현씨가 파란 목도리를 매고 눈 감고 지었던 표정 같은 것들도 많이 생각나죠.
  롯데와 알베르트가 멀어져 간 길 끝을 바라보다가 몸에 힘이 스르르 빠지면서 가방이랑 같이 천천히 주저앉는데
  이전에 가방을 털썩 떨어뜨리던 그것과는 다른 느낌이면서도
  벼락처럼 깨닫기보다는, 많은 것을 인정해야 하는 사람이 된 지금의 베르테르와 좀 더 어울리는 듯한 느낌이에요.
  
  오늘 특히 가방 위에 앉아서 노래 부르다가, 어떤 지점에서 그가 옷자락을 꾹 구겨 쥐는 손을 보게 되었는데
  그 순간 가슴이 쿵 떨어지는 것 같은 충격을 받았습니다.
  혼자 남겨진 채 당신은 눈부시고 차마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다 노래하면서 떠나야 한다고 마음을 다잡는 데는
  아주 큰 힘과 노력이 필요해서, 결국엔 그렇게 드러나 버리는 것이겠지요.

  기차 출발을 알리는 나팔 소리에 되돌아보는 얼굴과 막이 내려가기 직전 뒤를 돌아보는 얼굴 같은 것들이 막 가슴을 때리네요.


* 잠깐의 공백.
  오늘 친구랑 같이 이야기했던 부분인데.. 행간을 어떻게 읽어내느냐, 이야기는 행간에 숨어있다.. 그런 비스무리한 이야기를 했어요.
  이 극에 나오지는 않지만, 베르테르가 발하임을 떠나 보냈던 시간.
  정신없이 달리는 기분으로 세계 여러 나라를 여행하다가, 지중해의 한 섬에서 병에 걸려 누워있던 그 시간.
  정신이 가물거리던 그 순간 그를 기어코 살게 만든 섬광은 무엇이었을까.
  그를 살게 한 힘.
  그것이 마지막에 그를 결국 죽이고 말았다는 것이 아이러니하다고..그런 얘기를 나누었었죠.

  아무 말도 못하고 죽느니, 이 터질 것만 같은 사랑을 마지막으로 고백이라도 해보자고,
  결혼한 것만 아니면 자신에게도 가능성이 있을 것이라며 돌아왔는데
  네...인생은 타이밍이고 하필 결혼식 올린 날에 돌아온 베르테르....아아아니 뒤로 넘어져도 코가 깨져도 정도가 잇져!!!ㅠㅠㅠㅠㅠㅠ
  넘 가혹하지 않냐구여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 이전에도 그렇고 오늘도 그렇고...
  1부의 예원롯데는 베르테르를 사랑한 적이 없는 것처럼 느껴졌어요.
  뭐랄까, 그냥, 롯데의 천성적인 친절함과 밝음으로 엮인 친구 사이 그 이상이 아니었구나, 그랬거든요.(베르테르는 아니었지만...

  근데 2부를 보는데, 롯데가 베르테르를, 사랑했더라고요. 자기도 모르게 말이에요.(어디까지나 제 느낌입니당...ㅋㅋㅋ

  저는.. 그렇게 생각했어요. 롯데는 마을 유지의 사랑받고 자란 딸이고, 알베르트와 정략결혼을 약속한 사이고.
  근데 알베르트는 강하고, 다정하고, 안정적이고, 자신에게 구애를 하는 남자이니까
  아 그냥 이게 사랑인가보다 했던 것 같달까. 좋은 사람이랑 결혼하는 구나 그냥 그정도?

  그런데 베르테르가 그녀의 삶에 뿅 나타났고, 소울메이트 급의 강렬한 감정적 유착을 경험했죠.
  베르테르가 갑자기 사라진 덕에 잠시 그것을 잊고 살다가, 그가 다시 나타난 거에요.
  그래서 마냥 기뻐하고만 있었는데, 거기서 베르테르가 불을 당겼죠. 일명 삼롯데(저만의 애칭입니다 예)
  부인으로 부르지 말고 롯데라고 부르라는 그녀에게 천천히 다가가면서
  롯데, ...롯데. (그리고 한 발자국 더)...롯데. 라고 속삭이듯 부르는  낯선 베르테르를 자각한 순간,
  그 당시에 느꼈던 느낌과 종종 자신이 느끼던 그리움과 설렘, 그리고 언뜻 완벽한 듯 보이는 행복의 틈에 스미는 의심 같은 것들이
  이것이, 사랑이었다니. 내가 베르테르를 사랑했다니. 하며 한꺼번에 일어나 그녀를 덮쳐버린 것 같은 느낌이었어요.

  그래서 롯데가 두려워하는 것도, 죄책감을 느끼는 것도, 당신을 다시 보지 못하는 건 원하지 않는다는 것도...
  ...롯데의 감정이 이해가 갈 것 같더라고요.
  롯데는 베르테르를 사랑했던 것 같아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예 오늘 넘....좋았...(...)

* 총을 꺼내들고 매만지는 베르테르를 발견한 알베르트의 멈칫, 하던 걸음.
  가만히 바라보던 시선. 알베르트가 입을 롱펠로우의 시를 읊던 순간, 깜짝 놀라던 베르테르.
  그 긴장의 수 초.


* 사랑한다고, 날 사랑한다고!!!!!!!!! 라고 외치고 제압당한 직후에
  알베르트의 표정 : "....결국 니 입으로 그걸...말하는구나....감히....."

  그리고는 주저앉은 베르테르 뒤에 태산처럼 버티고 서는데 상현알베님이 몸이 크신 편이어서 그런지
  진짜 압도적이고 두려운 존재처럼 보였습니다.
  그 앞에 무력하게 꿇어앉은 베르테르 진짜..넘......흐규흐규...ㅠㅠㅠㅠㅠㅠㅠㅠㅠ


* 오늘 카인즈 소식 듣고 동요하던 사람들 중 곁에 있던 마을 아가씨가 베르테르에게 막 무언가를 어필했거든요.
  어떻게 하면 좋냐, 이런 걸 묻거나 / 변호해주시면 안되냐, 라고 부탁하거나..뭐 그런 비슷한 느낌이었는데
  처음엔 분명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어요.
  저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습니다 그런 느낌으로...근데 앙상블의 합창이 지속되는 와중에
  베르테르가 천천히 뒤쪽의 꽃수레에 다가가더니 꽃을 보면서 뭔가 생각에 잠기는 것 같더라고요.
  그러더니 가득 담긴 꽃송이를 손으로 잠깐 매만지듯 움켜쥐더니 뒤돌아서는 달라진 표정으로 하는 말이
  내가 그대의 순결한 사랑을 아는데-!

  ㅜㅜ너무 멋진 디테일이었어요. 사실 그 동안은 잘 못봤던 거였는데. 오늘 각도가 각도여서 그 매만지는 손을 볼 수 있었나...ㅠㅠ
  그 변화가 너무 좋더라고요.
  카인즈는 베르테르와 영혼적 쌍둥이이고, 알베르트가 말했듯이 카인즈가 죽지 않는 것은 베르테르에게도 중요한 일이죠.
  그런데 그런 걸 뛰어넘어서, 뭔가 베르테르가 결심하는 과정을 목격한 것 같아서...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뭐라도 해봐야 하겠다고 마음먹는 그 순간을 본 것 같아서 그게 좋았어요.
  극 속의 베르테르가 내 생각보다 조금 더 선하고 강하고 의지를 가진 사람일 수도 있겠다.
  상황 속에서 슬퍼하고 좌절하고 휘둘리기만 하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 말이에요.

  직후에 마주친 롯데는, 낯선 얼굴의 베르테르를 보고 어떤 생각을 했을까요.
  베르테르, 이게 사랑인가요? 내가 당신을 사랑한 건가요? 내가 그것을 몰랐기 때문에, 당신이 이토록 절망하게 된 것인가요?
  그렇게 묻는 얼굴 같다는 생각을 잠깐.
  


* 구원과 단죄
  베르테르랑 알베르트랑 노래로 배틀하시는데요 꼭 피가 튀어야 전쟁입니까 여러분 여기가 바로 살벌한 전쟁터....

* 카인즈가 마지막 순간에 부르는 노래.. 웃음지어 주세요, 로 시작하는 그 노래요.
  특히 <내 마음은 평화롭고, 나의 몸은 자유롭죠..> 라는 부분을 들으면 왜 이렇게 마음이 아픈지..
  모든 것을 내려놓고 웃고 마는 카인즈를 보는 베르테르 눈에서 눈물이 또르르 흐르는데
  그걸 또 보이기 싫었는지 고개를 돌려 버리더라고요.

* 오늘! 상현알베님이!! 규베르의 손목을! 잡으셨습니다!!(알베르트가 선물 사왔다고 알리는 집사님 Ver.)
  아니 머야 저 입틀막 했자나여(
  저 예전에 2015 세미막 레전때의 턱잡이(...) 못 본 사람이거든요.
  그래서 친구가 그거 보고 와서 막 그 때의 표정 어쩌고 텐션 어쩌고 할 때도 부러워만 했져ㅠㅠ(아니 뭐 못본걸 어쩌겠어요ㅠㅠㅠ)
  아 근데 오늘 그 한을 푼 기분이야....

  손목을 탁 낚아채니까 그걸 뿌리치려고 부들부들 떨면서 애쓰는데 그게 맘대로 되지를 않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는 그런 류의 당황이랑 치욕스러움 모멸감 같은 것들이 뒤섞여서 알베르트를 올려다보는데
  결국 베르테르가 뿌리친 게 아니라 알베르트가 내팽개치고 나서야 풀려날 수 있었죠.
  상상해오던 걸 실제로 목격하고 나니 뭔가 되게...기분이...이상했어요.
  아 이 베르테르는 알베르트를 결코 이길 수 없구나.. 알고 있던 걸 확인사살 받는 기분도 들고.


* 다만 지나치지 않게, 에서 겨우겨우 닿은 입술이 떨어지기 직전
  악다문 턱근육이 바르르 떨리던 것을 보고야 말았습니다.

  베르테르의 테마곡은 언제나 <밀리언조각>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하루라도 빨리 <내 마음을 누르는 일>이라는 노래를 듣고 싶어졌습니다.
  신곡 빨리 듣고 싶어!도 있지만, 그 노래가 어쩌면 베르테르와 닮아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 팔랑팔랑 떨어지는 노란 꽃잎들을 보면서 미소짓는 베르테르는 마치 꽃잎으로 화해서 흩어질 것만 같고


* 울음이 나는데 애써 웃는 것
  웃으려 애쓰지만 자꾸만 울음이 터지는 것
  닮은 듯 다른.
  오늘의 베르테르는 후자.


* 커튼콜 때 멀어지는 롯데에게 "가지마.. 가지마...(힝구)"하던 베르테르는 보쌈을 해가고 싶다(응?
  롯데와 알베르트가 베르테르에게 손키스 날려주었다.
  이 사람들아 병주고 약주기 있냐...ㅠㅠㅠㅠㅠㅠ

* 무대 뒤에서 그림자로 열심히 인사하던 규현씨... 오늘 하루도 감사했습니다.
  이런 공연 보여주어서, 정말 고마워요.

* 쓰러지지 않고 서 있던 해바라기에 동그란 핀조명이 쏟아지는데
  오늘 유독 그 동그라미 가장자리에 얼굴이 삐져나온 꽃 하나가 있었어요.
  그래서 그랬는지 평소라면 꼿꼿하게 선 해바라기가 베르테르의 사랑이었으리라. 생각했을 텐데
  오늘은 왠지..다른 생각이 들더라고요.
  여전히 서 있는 해바라기가 롯데, 그리고 쓰러진 채 얼굴만을 빛에 내 놓은 해바라기가 베르테르. 일지도 모른다고.
  우연이 만들어낸 광경에 몰입이 과한가요?ㅋㅋㅋㅋㅋ
  그냥 그랬다고요. 오늘 공연 너무 좋았다고요.
  오늘이....남들 흔히 말하는, 그거였다고요. 레전드.

* 추석 쇠고 만납시다.
  한동안은 발하임에 왕복 할 것 같으니까(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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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20201021 베르테르 후기 -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습니다. 마치 나의 입술이 붙어버린 것처럼. [5]    201021
27      20201017 베르테르 후기 - 어제껀데...오늘 썼..... [6]    201018
26      20201014 - 20201016 베르테르 후기 - 어제의 나는 오늘의 내가 아니듯 [8]    201017
      20200927 베르테르 후기 - 당신의 사랑은 해바라기 [9]    200928
24      20200919 베르테르 후기 - 웃지마요 정들어ㅠㅠ [13]    200920
23      20200222 웃는남자 후기(스포) [7]    200222
22      201004 베르테르 후기 - 그대는 꽃, 흔들리되 꺾이지 않으나, 그대로 시들 뿐. [7]    201005
21      200927 벨텔 인터 + 끝 [17]    200927
20      200919 베르테르 인터 [8]    200919
19      200912 베르테르 후기 [12]    200913
18      200223 웃남 인터 + 끝 [12]    200223
17      200222 웃남 인터 + 끝 [16]    200222
16      200202 웃남 끝 [12]    200202
15      200201 웃남 인터 + 끝 [13]    20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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