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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4 베르테르 후기 - 그대는 꽃, 흔들리되 꺾이지 않으나, 그대로 시들 뿐.
201005 01 : 28               LIST

연휴가 끝나서 마음이 싱숭하긴 한데
막날 일정이 발하임이라서 그래도 행복하다고 생각해요.
내일은 또 뮤시즌도 있고
이번주엔 신곡도 나올거고
또 신서유기도 하니까.
가끔 생각해요.
내 행복의 많은 부분이, 생각보다 많은 부분이, 이 친구로부터 오는구나...하고요.
이렇게 정신없이 빠져들면 안되는데 하고 생각은 하면서도
참...사람 마음이, 말처럼 쉽지가 않아요. 그렇죠? ㅎㅎ



* 오늘의 규베르는 마치 가을비 속에 피어난 코스모스처럼, 한들한들.
  지난 연휴에 연푸른색 도포를 입은 모습을 봐서 그랬는지, 자꾸만 그런, 파스텔처럼 환하고 포근한 색이지만 여린 꽃잎처럼.


* 금단의 꽃은 구약성서에 나오는 금단의 열매에서 이름을 따온 꽃.
  피셜로 이 꽃은 롯데다, 라고 말은 나왔지만. 보면 볼수록 저는 자꾸만 여러가지 생각이 가지를 뻗고 자라는 걸 느껴요.
  금단의 꽃은 ....롯데죠. 알베르트에게는요. 하지만 롯데에게 이 금단의 꽃은 무엇이겠는가.
  롯데(자기 자신)라고 해도 좋고, 아니라고 해도 좋고.

  종교는 잘 모르지만 성경 이야기라면 조금, 이야기책처럼 읽은 기억이 있어요. 아담과 이브, 솔로몬 왕, 소돔과 고모라 같은 것들이요.
  그 열매의 이름이 '선악과'였던 것 같아요.
  에덴의 모든 과실을 먹어도 좋지만 이것은 절대 먹지 말아야 한다고 아담과 이브에게 주의를 주었는데
  뱀의 꼬임에 빠져서(?) 결국 아담과 이브는 그것을 따먹었고.
  그로 인해 '수치심'를 알게 되면서 의복을 지어 서로의 몸을 가리게 되며 결국 에덴에서 쫓겨난다는 이야기였어요.
  그리고 그 아들들이 카인과 아벨이었나 블라블라.......

  아담과 이브의 운명은 선악과를  <따먹음> 으로 인해서 영원히 바뀌게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롯데의 운명은?
  금단의 열매에서 따온 이름으로 불리는 금단의 꽃이 <피어남> 으로 인해서 갈림길에 서게 되는 것이 아닌가.
  땅 속이 묻힌 씨앗일 때는 어떤 꽃을 피울지, 어떤 모양일지 아무도 알지 못하지만
  강렬하고 빨간 꽃으로 <피어난> 순간, 그것은 무엇이 되었을까.
  자기 자신도 몰랐던 강렬한 감정? 또 다른 나? 알베르트가 몰랐던 롯데?
  어느 것이어도 좋겠지요. 원래 관극은 생각나는 대로 즐기는 맛이니까요(웃음)
  

* 베르테르가 머무는 펍은 늘 재미있는 공간이라고 생각합니다.
  18세기 독일의 신분제에 대해서 저는 잘 모르지만, 그래도 황제가 있고 귀족이 있고 어느 정도의 계급이 존재했다고는 어렴풋이 알고 있으니까요.
  베르테르는 아무리 봐도 일판에서 구르던 사람 같지는 않고
  먹던 술이랑 바꾸자고 하면 허겁지겁 받아 챙길 정도로 품질 좋은 외투를 입고 다니는데
  책도 많이 읽은 것 같구 손도 곱고(이게 뭔상관
  여하간 막 엄청난 부호의 막내아들 같지는 않아도 펍에 모이는 그런 노동으로 먹고사는 계층은 아닌 것 같단 말이죠

  근데 베르테르가 이 곳에 묵는 게 저는 참 흥미로워요
  아물론~ 돈이 없었다. 여행자가 뭔 돈이 있냐 숙박비를 일단 아껴야한다<< 라고 하면 할 말 없지만
  그냥 저만의 캐해석을 해보면 베르테르 이 사람 참 계몽주의자 + 이상주의자 같은 느낌이란 말이죠.
  와인이나 차를 파는 살롱이나 바에 가는 대신 펍을 드나들면서 사람들과 어울리고
  주체와 대상이 누구이든 사랑은 그 자체로 가치있는 것이고 누구나 행복을 좇을 수 있다는 말을 해대는 것을 보면 말이죠.

  사실 카인즈가 결과적으로 베르테르의 말에 자극받아서 불구덩이 속으로 뛰어들게 되는 건데
  마을 사람들이 베르테르에게 그렇게 고마워하는 게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 라고 친구는 말하곤 했는데
  오늘 문득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카인즈에게 해준 말들은 베르테르와 카인즈 사이에는 사적이고도 내밀한 교감이 되었을 수 있지만
  옆에서 제3자가 듣기에는 새로운 사상이자 자신들을 동등한 사람으로 인정해주는 말들이었을 테니
  그런 의미에서 베르테르가 '선생님'으로 불리고 나중에는 '모두의 선생님'이 된 것이 아닐까...그런 생각이요.
  아 물론 우체부 아저씨가 베르테르를 엄청 좋아해서 저도 좀 놀랍긴 한데<<

  나중에 친구 오면 요 얘기 해야지. 14일날 같이 공연 보기로 했어요 야호!!(투머치인포....

* 오르카의 왕년의 사랑 듣던 베르테르는 테이블을 옆으로 두고 오른팔을 탁자 위에 올린 모습이었어요.
  노란 리본 자락이 소매 아래로 흘러 탁자 위로 삐죽 튀어나온 채였는데
  그걸 가만히 바라보더니 오른손가락으로 꼬물거리며 리본끈을 만지작만지작 하는데
  크아악


* 내 가슴의 파도는 이미 태산처럼 일어섰으니!! << 이 대사 되게 좋아해요. 아 뭔가 진짜 시적이야....(시입니다


* 알베르트 오시는 날에 꽃다발 들고 들어서는 베르테르는 늘 그랬듯 언제나 환한 해바라기 같은 얼굴로 입장
   - (손가락으로 자기 콕 찍으면서) 반가운 분..?! 그렇군요!! << 언젠가부터 이 '그렇군요!' 가 너무..안됐어ㅠㅠ 베르테르가 넘 해맑아ㅠ
      오늘은 그렇군요!! 한 다음에 "그래요?!(반짝반짝)" 하는데 넘....맴이 아팠어....
   - 알...베르트? << 여기 어조가...뭔가...되게....아 뭐라 해야 할까요
                            뭔가 잘못됐다는 것을 느끼지만 그게 무엇인지 정확히 알지 못하는 상태로 무심코 되묻는 그 미묘한 느낌 있는데
                            하여간 좋아요(갑분결론 좋아요(마음을 눌러주세요(그거아님


* 이 분이 제가 편지에서 말씀드렸던 베르테르씨에요! 할 때의 상현알베님 표정...볼 때마다....
   ...........................목소리는 젠틀한데 눈이 웃질 않으시는데여...(땀 뻘뻘


* 이건, 파란 엉덩이꽃. 하는데 이미 한바탕 울고 왔어요.
  이건 빨간 보조개꽃, 그리고 이건, 못난 베르테르! 하는데 결국 또 눈물이 터지는 목소리.

  오늘은 꽃들을 다 던져버리고는
  손목에 묶여 있던 리본마저 잡아 뜯으려고 했는데.
  했는데.
  ...했는데.
  ...
  그것마저 없으면.


*  저 괜찮아요. 술 주세요. /  그만 마셔요
   술 주세요 / 많이 마셨어요, 그만.
   술, 주,세요 << 다 가시지 않은 흐느낌의 흔적이 여기.


* 분위기 띄우려고 오르카가 막 애기들 웃음소리 흉내내면서 막 꺄하하하 하는데 슬몃 웃는 것 같다가도 이내 입꼬리가 축 쳐지는 베르테르.

* 그 오르카가 자꾸 무슨 일이냐 물으니까 베르테르가 결국 얘기를 하잖아요
  오늘 아침에 산책을 나갔거든요. /  예, 그거 매일 하시는 거죠 하면서 시작하고
  그러면서 넘어져쬬 하면서 제가 젤 좋아하는 대사도 하고 예 그러다가
  오르카가 그런건 고민이 아니라 고통이라는 거다 블라블라...하면서 뒤로 술을 따르러 가거든요.
  
  근데 베르테르가 멍하니 앉아서는
  "그 돌부리가 제 무릎을 막 때렸어요.." 하고 읊조리는데  << 오늘 여기서 침몰
  어떤 느낌이었냐면
  이게 오르카 들으라고 하는 얘기가 아니라
  허공에 대고 중얼...거리는 것처럼, 스윽 흘러가는 듯한 목소리였어요.
  그 직전에도, 넘어졌죠. 그래서 아파요. 이 부분을 얘기하는데
  그래서 아파요... 라는 말끝이 스르르 사그라드는데 마치 휘르르 꺼져가는 작은 불씨처럼.

  머릿속이 너무 많은 생각으로 엉켜서 도리어 아무 생각도 할 수 없는 사람 같은 느낌 있잖아요.
  그리고 각자의 앞에 놓인 운명이라는 것이 바뀌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서
  많은 것이 허망해진.. 그런 사람의 한숨 같은거.

  그리고 오늘 처음으로 어떻게 하면 좋죠? 가 아니라 어쩌면 좋냐구요, 라면서 울먹였는데
  이건 말 그대로 질문이 아니라, 그냥, 그 답이 무엇인지 알고 있으면서
  왜 그냥, 그냥 너무...답답하고 억울하니까 막 던지는 그런 거 있잖아요.
  어떡하라고. 이제와서 이걸 어떡하라고...이런 거...ㅠㅠㅠ
  아니 근데 오르카님 오늘 왜 규베르 안 안아줬어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오늘 베르테르가 뭐랄까...고리타분한 표현이긴 하지만 '힘겨운 슬픔에 잠긴' 것처럼.. 그렇게 보이더라고요.
  흐흑, 하고 울먹일 때마다 들썩이던 어깨가 눈가에 잔상처럼 남았고..


* 카인즈는 사랑과 행복에 취해서 헤롱거리는데
  베르테르는 도무지 이 울음이 쉬이 거두어지지가 않고.
  비틀거리며 쓰러질 것 같았던, 흔들흔들 오가는 몸을 겨우 지탱하던 손.
  오늘 유독 비틀거렸다고 해야 하나 술 마시러 갈 때도 그렇고.
  다리에 힘이 빠져서 곧 주저앉아도 이상하지 않을 사람처럼ㅜ

  카인즈가 너무 좋아하니까, 카인즈의 사랑이 이루어진 것은 좋은 일이니까 웃어야 하는데.
  자꾸 턱이 떨려와서 호두가 물리던 베르테르.


* 발하임 떠나기 전에 알베르트랑 밤산책하는 롯데를 돌아보지 않으려 애쓰다가 결국 돌아보고 마는 모먼트는
   언제 보아도 눈물이 나고요.
   에우리디케를 너무나 사랑해서 돌아보면 안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돌아보지 않을 수 없던 오르페우스처럼.
   신화 속의 오르페우스는 그리하여 연인을 영영 잃고 후회했는데
   베르테르는, 어땠을까요. 돌아보지 말 것을 그랬다며 후회했을까요 아니면 이렇게라도 눈에 담을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을까요.


* 불쑥 나타난 베르테르가 오르카 놀래켜 주려고 마을 사람들이랑 눈빛 교환 하면서
  입가에 쉿 하고 샤샤샥 다가가던거랑
  오르카 웃음소리 따라서 하.하.하.하.하.하.하. 웃던거랑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갑자기 장꾸베르테르 나왔잖아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베르테르 일케 위트있고 웃음이 많은 사람이야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누가 그랬어 누가!!!!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 여기는, 가을이 온 것 말고는 변한 게 아무것도 없어요. 라던 오르카. 그녀의 하얀 거짓말.


* 오늘 돌아온 베르테르 귀에
  롯데와 알베르트가 이미 결혼 했다는 얘기를 꽂아넣는 건 차마 못하겠는 오르카 & 우체부님
  이 많은 사람들 중에 두 사람만 눈치가 있어요......

  지난주였나, 주정뱅이가 결국 알베르트의 신부가 된 롯데를 위하여~~~!!! 하고 나서
  슬로우로 들어갈 때 우체부님이 그 남자 등짝스매싱 하셨다는...(물론 슬로우로요)


* 롯데는, 잘 지내겠죠? 롯데에게 향하던 발걸음을 겨우 이곳으로 돌렸어요. 비스무리한 대사를 할 때
  처음에는 약간 서두르는 것처럼 와다다 말을 꺼내는 듯 하다가
  발걸음을.. 이곳으로, 돌렸.. 어요. 라면서 서서히 느려지면서 말끝을 흐리는 느낌인데
  예전부터 저 이거 너무 좋아했어요...(사실 좋아하지 않는 게 없습니다)
  오르카에게만 이 얘기를 하는 베르테르의 멋쩍음과 차마 감추어지지 않는 사랑 한 가닥 같은 것들이 너무 보여서...


* 지혜롯데님은 언제 들어도 목소리가 참 좋으신..ㅠㅠ

  지혜롯데님은 좋은 교육을 받고 자란 정숙한 여인, 같은 이미지랄까. 그런게 있는데 그래서 더 그렇게 느껴지는지는  모르겠지만
  베르테르와 함께 있던 시절에는 미처 생각지 못했지만
  마지막으로 헤어졌을 때의 얼굴이 못내 마음에 남아서 자주 생각했고
  그와  보내던 날들을 곰씹어보니 아 내가 그때 베르테르를 사랑했었구나 깨닫기도 했지만  
  알베르트가 있으니까. 이러면 안 돼. 라고 수많은 날을 가다듬은 롯데.
  그러나 결코 베르테르를  만나기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는 롯데.
  그가  돌아왔다고 했을 때는 저도 모르게 너무 기뻐 환호성을 질러버렸고
  자신이 말을 꺼내지 않으면 괜찮을 거라고, 이미 지난 시간의 지나간 일이니까
  아무렇지 않게 예전처럼, 친구처럼 지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 베르테르가 롯데, 라고 부르며 가까이 다가왔을 때 눈이 사정없이 흔들리던 롯데는
  사랑에 흔들렸다기보다 자신의 생각이 안일했음을 깨닫고 두려워한 것은 아니었을까요?


* 알베르트가 시작한 롱펠로우의 시를 뒤이어 읊으며
  베르테르도 어쩐지 이를 악문 듯한 느낌이었는데요.
  코스모스는 바람 앞에 한없이 흔들리지만 결코 그 뿌리가 뽑히지는 않는다고 했던가요.


* 날 사랑한다고!!! 가 터져나온 순간 침묵에 잠겨버린 저택 안.
  깨끗하게 관리된 저택의 바닥에 주저앉은 베르테르는
  알베르트의 분노가 쏟아지는 동안 무슨 생각을 했을까.

  규베르의 머리가 조금 자랐어요.
  잘 정돈되었던 이전보다는 조금 부슬부슬한 느낌이었는데
  그것 때문이었는지.. 머리칼이 한층 더 흩어져 보여서 더 불쌍해(?) 보인 것 같기도 하고..


* 꽃수레에 다가가서 꽃 어루만지면서 생각하고 그 이후에 결심하는 디테일 진짜....너무.....
  으으윽....우글와글ㅂ다ㅣㅗ;ㄴ이ㅏㅓㅁㅇㄹ 넘 대박적좋아합ㅂ니다
  계속해쥬세요 반드시 이것은 의무입니다<<

* 베르테르가 유약한 사람이 아니길 바라요.
  그는 단지, 사랑에 몸을 던진 사람일 뿐.
  

* 우르르 몰려가던 사람들의 앞에 선 베르테르가 롯데와 마주쳤어요.
  순간 베르테르가 한 발자국, 두 발자국 물러섰는데.
  저도 모르게 1막 어딘가에서 그가 읊었던 대사가 생각나더군요.
  망설이거나 주저하면, 사랑은 한 발 두 발 뒷걸음질쳐 사라지는 것이니까.
  노린 연출 혹은 동선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만 관극이란 건 날마다 기분따라 다른 거잖아요. :)


* 내 마음은 평화롭고, 나의 몸은 자유롭죠.
  이 문장은 어쩐지, 눈물버튼 같아요.
  모든 것을 버리고 떠나는 사람이 하는 말이라 더 그래.


* 베르테르와 알베르트가 맞붙는 씬이 진짜 텐션이 좋다고 느낀 게
  오늘 카인즈가 끌려가고 나서 널부러져있는 베르테르에게 알베르트가 스윽 다가가는데
  그 앞에 한 쪽 무릎 꿇어안고 상체를 기울이자
  베르테르가 체념한 듯한 와중에도 긴장하며 뒤로 몸을 물리더라고요.
  그러다 마치 봐준다는 듯이, 어차피 너 같은 것은 아무것도 아니라며 자리를 털고 일어나는 알베르트와
  이렇게 될 줄은 알았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조금 더 비참한 듯한 느낌에 자조가 나오는 베르테르.
  

* '번갯불에 쏘인 것처럼 쓰러질 것만 같아'  와  '왜 그런 말씀을 하시나요.' 가 같은 멜로디라는 것.
   뮤지컬에서 변주곡이 가지는 의미라는 것은 어디까지 갈 수 있는가.
   개인적으로 베르테르의 음악을 정말 좋아하는데
   거기에는 코드진행과 변주곡이 차지하는 비율이 제법 됩니다.
   그런 의미에서 20주년 오에스티 낸다고 했자나여 씨뮤 어케 된거에요 그때 나랑 얘기했었잖아(네..?


* 당신이 내 삶에 고통을 준 것은 아무것도 없어요.
  이것에 대해 언젠가는, 말할 수 있기를. '당신'이, '내 삶'에, 얼마나. 풍요롭고 환한 빛인지.

* 롯데, 하고 먼 데서 부르는 듯한 알베르트의 목소리에
  베르테로와 룻데가 동시에 돌아보던 순간.


* 왜 그런 말씀을 하시나요, 당신은 저를 만날 수 있고.. 만나주세요. 다만 지나치지 않게.
  라고 롯데가 노래할 때
  가던 발걸음을 멈추고 천천히 몸을 돌려 그녀를 바라보던 베르테르의 곁에
  독백 자막이 떠다니는 것 같았어요.
   -- 다만 지나치지 않게. ..그런 건 없어요, 롯데.


* 알베르트의 노래는 승리한 자의 노래 같아요. 대부분의 경우에 위를 향해 뻗어가죠.
  알베르트는 상승의 기운을 가져요. 키도 크고, 등장도 높은 곳에서, 누군가를 늘 내려다보고, 명령을 내려요. 노래도 하이 피치를 찍죠.

  그런 그가 그가 하강하는 지점은 마지막 지점이에요.
  베르테르가 그렇게 떠나고, 잠든 롯데를 곁에 두고.
  노래는 하이노트로 마무리하지만, 그의 고개는 스르르 숙여져 고뇌하는 자세가 될 때.

  그의 인생에 유일무이하게 패배감을 느낀 순간이 아니었을까.
  법적으로도 이겼고, 결과적으로도 롯데의 곁에 남은 사람은 자신이지만
  알베르트는 똑똑한 사람이니까 알 거에요.
  이전으로는 결코 돌아갈 수 없음을.


* 오오, 황홀경이여, 라는 나래이션 언제나 제 마음을 울리죠.

* 발길맆은 들을 때마다 베르테르의 유언이라는 생각을 하면...마음이 진짜 미어져요
  마지막으로 세상에 남길 말 없습니까? 라는 염라 앞에서
  당신은 정말 사랑스럽고 아름다워서 나는 슬프고 행복했습니다. 라고 고백하는 벨텔 생각하면
  어찌 눈물이 나지 않을 수 있나요(염라요...???

* 노래가 다 끝나갈 때 즈음
  흐느낌처럼 스며들던 숨조각.
  


****
연휴 마지막날이라 괜히 센치한 것 같기도 하고...ㅋㅋㅋㅋㅋ
후기가 잘 써지지 않아서 빈둥거리다가
생각난 김에 베르테르를 다시 꺼내서 후루룩 봤는데
책 속의 베르테르랑 롯데는 너무 찐불륜 같아서 좀 별로긴 하지만(...)
뮤지컬 필터링 씌워서 규베르 모드로 읽으면 뭔가 좋을 것 같은 부분들이랑
뭔가 뮤지컬 세계관 안이랑 긴밀해 보이는 부분들이 눈에 띄어서 가져와 봤어요.
가끔은 이런 것도 괜찮지 않을까 싶어요.
규현이 베르테르 책 읽었을까? 샀을까? 갑자기 짓궂게 물어보고 싶어지네요.(웃음)
다들, 힘내세요. 이번주엔 할 일이 많잖아요 ㅇㅅㅇ9


* 싹싹하고 활달하며 마음씨 착한 음식점 여주인이 포도주와 맥주와 커피를 파는 곳이 있다네. 무엇보다 매혹적인 것은 보리수 두 그루라네. 활짝 뻗은 나뭇가지는 교회 앞의 조그만 광장을 뒤덮고 있고, 그 광장을 농가와 창고와 뜰이 에워싸고 있네. 그보다 운치 있고 정겨운 곳은 내 아직 보질 못했네. 나는 주인 아주머니에게 그리로 작은 탁자와 의자를 내어달라고 부탁해서 커피를 마시며 호메로스를 읽곤 한다네.


* 대화 중 나는 그녀의 검은 눈동자에 흠뻑 빠져들었다네. 촉촉한 입술과 건강미 넘치는 두 뺨에 내 영혼을 사로잡았네. 나는 그녀의 멋진 말에 매료되어서 그녀의 말을 몇 번이나 허투루 들었네.


* 로테의 초상화를 그리려고 세 번이나 시도해 보았지만 매번 실패하고 말았네.


* 할머니가 자석산 이야기를 들려준 적이 있네. 배가 그 산 가까이로 다가가면 쇠붙이란 쇠붙이는 전부 그 산 쪽으로 빨려 들어가버리지. 그래서 배에 탄 가엾은 사람들은 무너져내리는 판자 더미에 깔려 비참하게 죽게 된다네.

* 한동안 거들떠보지도 않던 일기장을 오늘 무심코 펼쳐보고는 깜짝 놀랐네. 모든 사태를 잘 알면서도 나는 한 발 한 발 빠져들고 있었던 걸세.

* 길가에 핀 꽃을 몇 송이 꺾어서는 정성껏 다듬어 예쁜 꽃다발을 만들었네. 그리고 그것을 냇물에 힘껏 던지고 찬찬히 떠내려가는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네.

* 그것 말고도 12절판 크기의 작은 책이 두 권 들어 있었지. 베트슈타인 판의 작은 호메로스 책이었네. 에르네스티 판은 산책할 때 끼고 다니기가 힘들어서 전부터 갖고 있었던 책이었지. ...(중략)... 나는 그 리본에다 수천 번도 더 키스했네. 그리고 숨 쉴 때마다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짧지만 행복했던 시절의 추억들을 반추해 보았네. 빌헬름, 내 사정이 이렇다네. 그렇지만 불평하고 싶지는 않아. 인생의 꽃이란 것도 그저 환상일 뿐이지. 얼마나 많은 꽃들이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가. 얼마나 적은 꽃들만이 열매를 맺으며, 또 얼마나 적은 열매들만이 무르익는가.

* 오, 나의 친구여. 얼마나 많은 희망이 허사가 되고, 얼마나 많은 계획이 물거품이 되어버렸는가.

* 나는 잘 알아. 다 느끼고 있어. 그는 나와  마주치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아. 나를 멀리하고 싶은 거지. 나라는 존재 자체가 그에게는 눈엣가시인 거야.

* 베르테르는 이미 몇 차례나 빠른 걸음을 멈추고 그 자리에 우두커니 멈춰 서곤 했는데, 그 모양이 꼭 오던 길을 되돌아가고 싶어하는 눈치였습니다.

* 행정관이 몇 번이고 "그건 안 되네. 그자를 구원할 방도는 없네." 라고 하자 베르테르는 주체할 수 없는 상처를 입고 길을 떠났습니다. 이 말이 그에게 얼마나 깊이 각인되었는지는 그의 서류 뭉치 속에서 발견된 한 장의 쪽지를 통해 알 수 있습니다. 이 쪽지는 그 날 쓰인 게 분명합니다. "자네는 구제받을 수 없네, 불쌍한 인간아. 우리가 구원받지 못한다는 사실을 나는 잘 알고 있네."


* 어린아이들이 베르테르를 가만히 내버려두지 않았습니다. 그의 꽁무니를 쫓아다니며 엉겨붙기도 하고, 내일, 모레, 그리고 글피가 되면 로테네로 가서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을 거라고도 하고, 얼마나 놀랄 만한 선물이 기다리고 있을지, 그 깜찍한 상상력을 마음껏 펼치면서 재잘거렸습니다. "내일!" 베르테르는 큰 소리로 외쳤습니다. "모레! 그리고 글피가 되면!" 그런 다음 아이들 하나하나에게 애정 어린 키스를 해주고 막 떠나려는데, 한 아이가 그에게 귓속말을 하려고 했습니다. 아이는 형들이 근사한 연하장을 아주 큼직하게 써놓았다고 귀뜸해주었습니다. 한 장은 아빠에게, 또 한 장은 알베르트와 로테에게, 그리고 나머지 한 장은 베르테르 아저씨에게 썼는데, 그걸 새해 아침에 전해줄 거라고 했습니다. 그 말에 베르테르는 가슴이 뭉클해졌습니다. 그는 아이들에게 돈을 조금씩 나눠주고는 말에 올랐습니다. 노인에게 안부를 전해달라고 하고는 두 눈에 눈물이 가득 고인 채로 그 곳을 떠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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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20201021 베르테르 후기 -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습니다. 마치 나의 입술이 붙어버린 것처럼. [5]    201021
27      20201017 베르테르 후기 - 어제껀데...오늘 썼..... [6]    201018
26      20201014 - 20201016 베르테르 후기 - 어제의 나는 오늘의 내가 아니듯 [8]    201017
25      20200927 베르테르 후기 - 당신의 사랑은 해바라기 [9]    200928
24      20200919 베르테르 후기 - 웃지마요 정들어ㅠㅠ [13]    200920
23      20200222 웃는남자 후기(스포) [7]    200222
      201004 베르테르 후기 - 그대는 꽃, 흔들리되 꺾이지 않으나, 그대로 시들 뿐. [7]    201005
21      200927 벨텔 인터 + 끝 [17]    200927
20      200919 베르테르 인터 [8]    200919
19      200912 베르테르 후기 [12]    200913
18      200223 웃남 인터 + 끝 [12]    200223
17      200222 웃남 인터 + 끝 [16]    200222
16      200202 웃남 끝 [12]    200202
15      200201 웃남 인터 + 끝 [13]    200201
14      200126 웃남 끝 [14]    20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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